최보람 展 2018년 12월 05일(수) – 12월 17일 (월) 지하 화랑 길을 걷다 잠시 서서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좋은 글귀가 있으면 메모장을 열어 재빨리 적어둔다. 일상의 매 순간마다 만나는 경험과 그 느낌을 한 장의 사진이나 짤막한 글로 기록한다. 이 기록들은 무작위적이지만 서로 비슷한 듯 닮아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우연과 기록된 결과물을 통해 알 수 있는 무의식적인 반복은 나에게 새로움으로 느껴진다. 성형이 끝난 기물의 전면에 스케치 없이 드로잉을 함으로 우연적 행동을 의도한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의 이미지는 비슷한 듯 반복적으로 보인다. 규칙적인 듯 하지만 불규칙적인, 반복되지 않는 듯 반복된 형태로 나타난다. 나는 작품의 제작과정이 일상을 기록하는 행동과 유사하다고 느낀다.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일상의 무의식적인 기록처럼 의도됨을 최대한 배제하고, 작업대에 앉아 붓을 쥐고 그림을 그려나가다 빠져드는 무아지경의 순간 그 자체를 추구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작품에 나뭇잎과 나뭇가지의 이미지, 기계적 패턴이 아닌 자연물과의 조화를 그려내고, 푸른색으로만 이루어진 드로잉에서 다양한 색채를 사용함으로 반복되었던 틀을 조금이라도 탈피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