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의 미학전 2012년 8월16일(목)-9월2일(일) 통인옥션갤러리 금번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리는 ‘겹의 미학’ 세 번째 전시는 한국화 담론에서 중요한 논쟁의 한 축을 형성해 온 전통과 정체성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대의 언어로 제기된 문제에 답을 구하고자 한국화는 표현 매체에 주목해 왔다. 전통 재료와 기법의 소환이 주장되기도 했고, 새로운 형식으로 확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료의 선택과 이것을 이용한 기법은 단순히 수단과 기교가 아닌 개별 예술 정신의 의지를 밝히는 배후이지만, 표현 기법으로 간과되어 이해된 측면이 있었다. ‘겹의 미학’에서 강석문, 김선두, 백진숙, 이구용, 이길우, 이동환, 임만혁, 장현주, 하용주는 독자적 예술로 개별적인 성과를 인정받아 왔다. 한국화를 관통해 온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집중하게 된 재료와 기법은 단순한 바탕과 기교를 넘어선다. 9인의 작가는 전통적 사유가 담긴 장지를 소재로 삼아 표현매체로서의 장지의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장지는 제작과 표현과정에 있어서 색을 우려내듯 수 차례 중첩이 이뤄져야만 원하는 색을 나타낼 수 있는 재료이다. 장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오랜 기다림과 섬세함이 있어야만 가능하며, 켜켜이 쌓여 만든 색과 점, 선, 면의 조화는 작가 개개인의 개성에 의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든다. 1940년 고유섭은 전통을 ‘항구불변적이고 보편무변성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존재론적인 것이며, 전통은 지금에서 늘 새롭게 파악된 것이라야 한다.”라 했고, 1984년 이경성은 한국화의 방법과 개념을 설명하여 “동양화로 통칭되던 우리 그림을 우선 한국화라 부르고 그 뜻과 개념을 차차 정리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효율성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적 가치와 사유가 깃든 장지는 단순히 표현매체가 아닌 하나의 태도이자 질문의 형식이다. ‘겹의 미학’이 오늘에 갖는 의의는 한국화의 점진적인 개념 정리의 시도와 앞선 시대가 이미 주목한 시대정신과 전통적 가치의 소환,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사색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부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