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그림展 고진한 개인전 2012년 2월1일(수)-3월4일(일) 통인옥션갤러리 <흐린 –그림> 고진한의 그림에는 과일이 등장한다. 사과 같기도 하고 복숭아처럼 보이기도 하는 과일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나 그 그림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사과’를 닮은 이미지이다. 그 이미지는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끼고 그림을 보는 것처럼 흐리고 희미하다. 고진한이 그린 것은 사과라는 ‘대상’이 아니라 사과를 닮은 ‘이미지’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대상을 그린 게 아니라 이미지를 그린 것이다. 그의 그림을 멀리서 보면 선명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림이 흐릿하다. 눈을 크게 뜨고 세심하게 살펴도 그림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사과라는 이미지를 빌어 그 자신의 생각 혹은 내면 풍경을 화폭에 풀어놓고 있으며 이는 작가의 인식이 그림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를 그리는 이유는 세상의 불확실성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깊이 들여다보면 사물도, 사람도, 세상도 사실은 수학 공식처럼 확실하지 않다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이처럼 불확실성의 미학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정물 등의 흐릿한 사물의 표현을 통해 보이는 이상의 깊이를 전달하려 한다. 대상을 처음 느낀 작가의 감성과 시간이 흐름과 감정에 따라 대상의 의미가 달라지는 각자의 느낌의 공간을 제시함으로서 흐릿한 사물을 통해 사물의 허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에게 생각할 여백을 주고 사물 이상의 무엇인가를 찾아보게 만든다. 글 유명종